Wednesday, June 25, 2014

[타인들의 글] Paul Graham - 창조자의 스케줄, 관리자의 스케줄 (Maker's Schedule, Manager's Schedule)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09년 7월

프로그래머들이 회의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여타 사람들과는 다른 스케줄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회의는 훨씬 더 타격이 커집니다.

2가지 종류의 스케줄이 있는데, 저는 하나를 관리자의 스케줄로, 다른 하나를 창조자의 스케줄이라고 하겠습니다. 관리자의 스케줄은 보스를 위한 겁니다. 전통적인 일정표가 이를 상징하고, 하루하루는 1시간 단위로 쪼개져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몇 시간을 하나의 일에 사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시간마다 하는 일이 바뀝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사용하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간단한 문제입니다. 일정에서 빈 곳을 찾아서 예약을 하면 됩니다.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릅니다. 이는 명령자의 스케줄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이나 작가들 같이 뭔가를 창조하는 사람들 간에도 일반적인, 시간을 활용하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시간을 최소한 반나절 정도 단위로 사용하기를 원합니다. 1시간 단위로 뭔가를 집필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이제 막 발동이 걸릴까 말까 하는 수준의 시간입니다.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르는데 회의가 잡히면 대형사고입니다. 회의를 한번 참석하면 아무 것도 창조할 수 없는 2개의 시간으로 쪼개지면서 오후를 통째로 날릴 수 있습니다. 더욱이, 회의에 참석하도록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합니다.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언제나 다음 1시간 동안에 해야하는 일이 있고, 그게 뭔지만 알면 됩니다. 하지만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사람이 회의를 참석해야 되면,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야 됩니다.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사람에게 회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한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넘어가는게 아니라, 일하는 상태 자체를 전환시키게 됩니다.

저는 가끔씩 하나의 회의가 하루종일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봅니다. 회의가 하나 있으면 오전이나 오후가 둘로 쪼개지면서 최소한 반나절은 낭비됩니다. 더욱이, 폭포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후가 쪼개질거라는걸 알면, 저는 오전에 뭔가 야심찬 일을 시작하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이게 너무 예민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신이 창조자라면 스스로의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아무런 약속 없이 하루종일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가 충만해지지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반대의 상황에는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야심찬 일이라는 것은 정의상 능력의 한계에 도달하는 일입니다. 사기가 조금만 떨어지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스케줄은 따로따로 작동할 때에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2가지 종류의 스케줄이 충돌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권한이 있는 사람들은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박자에 모든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그들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긴 시간 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 스스로 자제합니다.

저희는 독특한 경우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VC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릅니다. 하지만 Y Combinator는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릅니다. RTM과 Trevor와 저는 언제나 그랬기 때문에 이걸 따르고, Jessica도 대부분의 경우 이걸 따르는데, 저희에게 박자를 맞춰주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회사들이 저희와 비슷해지기 시작하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저는 창업자들이 점점 더 관리자로 변화하는 것에 저항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십년 전에 청바지에서 양복으로 갈아입는 것을 저항하기 시작한 것처럼.

저희는 어떻게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많은 벤처들에게 조언할 수 있을까요? 창조자의 스케줄 안에서 관리자의 스케줄을 흉내내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근무 시간'을 사용해서 합니다. 1주일에 몇번 저는 투자한 기업들의 창업자들을 만나기 위한 시간을 지정합니다. 이 시간들은 대부분 하루의 끝물에 배정되고, 모든 약속이 하루의 끝에 배정되도록 하는 예약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의 끝에 약속들이 있기 때문에, 이 회의들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하루가 저랑 똑같지 않다면 그들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약속을 먼저 잡은거니까 아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을 겁니다.) 바쁜 기간에는 근무 시간이 길어져서 하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지만,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90년대에 제 벤처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때에는, 하루를 나누는 다른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저는 매일 저녁 이후 새벽 3시까지 프로그래밍을 했는데, 왜냐하면 밤에는 아무도 저를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오전 11시 정도까지 자고, 회사에 출근해서 제가 "사업적인 것들"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저녁 때까지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구체적인 개념으로 정리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루에 2번의 근무일이 있었는데, 한번은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르고 다른 한번은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랐습니다.

만약 관리자의 스케줄을 하고 있다면, 절대로 창조자의 스케줄 상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답사성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상대편을 알기 위해서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스케줄 표에 빈 자리가 있다면, 왜 안 하겠어요? 어쩌면 서로를 도울 수 있는걸 찾을지도 모릅니다.

Silicon Valley의 사업가들은 (그리고 사실상 전세계가) 답사성 회의를 수시로 합니다. 그리고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르고 있다면 별다른 댓가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런 회의들은 너무 빈번해서, 제안하는 특정한 용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언젠가 커피나 한잔 하시지요?"라던가.

하지만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르면 답사성 회의는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그래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야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커피나 한잔 하자고 이메일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저희는 2가지 선택이 있는데, 둘 다 별로입니다. 그들을 만나서 반나절의 일거리를 못 처리하거나, 아니면 안 만나고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최근까지도 저희 스스로가 문제의 근원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날리거나 아니면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선택이라고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문제점을 파악하니, 3번째 선택이 있는 것 같습니다. 2가지 종류의 스케줄을 설명하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관리자의 스케줄과 창조자의 스케줄 간의 차이가 보다 더 광범위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감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조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저희들은 타협할 용의가 있습니다. 저희는 일정한 숫자의 회의를 해야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관리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사람들에게서 원하는 것은, 그 댓가를 이해해 달라는 것입니다.


초안을 검토해준 Sam Altman, Trevor Blackwell, Paul Buchheit, Jessica Livingston, Robert Morris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