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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의 글] Paul Graham - 라면값 벌기 (Ramen Profitable)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09년 7월

"라면값 벌기"라는 개념이 상당히 널리 알려지면서, 정확히 이게 무슨 개념인지를 좀 설명할 필요를 느낍니다.

라면값을 번다는 것은 벤처가 창업자들의 생활비 정도를 간신히 버는 단계를 얘기합니다. 이건 전통적으로 벤처들이 목표했던 수익성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전통적인 수익성은 그동안 노력으로 크게 한탕하는 것이라면, 라면값 버는 것의 요점은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입니다.

<"라면값 벌기"에서 "라면"은 가장 싼 가격의 음식이기 때문에 예시로 사용됐습니다.

이걸 정말 라면만 먹는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라면만 먹으면 매우 건강에 안 좋습니다. 쌀이나 콩이 더 좋은 영양원입니다. 없다면 전기밥솥 한대에 투자하세요.

돈을 아끼고 싶다면 할인점에서 콩을 대용량 캔으로 사면 됩니다. 조미료도 대량으로 사면 더 쌉니다. (역자 주: 구체적인 밥/콩 요리법도 포함되어 있으나 생략합니다.)>

과거에, 벤처는 상당히 많은 돈을 유치하고 그걸 쓴 다음에야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첫 5년 정도는 적자를 내고, 그동안 U$5천만(약 500억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들면 매년 U$5천만의 매출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수익성은 벤처가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면값 벌기는 그 반대의 극단에 있습니다. 즉, 벤처가 2개월만에 적자를 벗어나는 겁니다. 왜냐하면 비록 한달에 $3,000(약 3백만원) 밖에 못 벌어도, 직원이라고 해봤자 거의 돈이 필요없는 25살짜리 몇명의 창업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한달에 $3,000의 매출을 올리는게 회사가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수익의 개념과 한가지 개념은 공유합니다. 즉, 살아남기 위해서 돈을 유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라면값 벌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도 낯선 개념인데, 왜냐하면 최근에야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벤처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바이오테크 벤처들에게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소프트웨어 벤처에서는 가능해졌는데, 왜냐하면 이제 너무 싸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유일한 비용은 창업자들의 생활비입니다.

이런 종류의 수익성의 가장 중요한 점은 투자자들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당신이 적자를 내고 있다면, 언젠가 투자를 더 받거나 문을 닫아야 합니다. 라면값을 벌기 시작하면 이런 고통스러운 선택이 사라집니다. 투자를 더 받을 수 있지만, 당장 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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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의 가장 명백한 장점은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당신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끔씩 약점으로 이용하려고 합니다. 일부는 일부러 시간을 끌 수 있는데, 왜냐하면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엄청나게 고분고분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면값을 벌는 것의 3가지 덜 명백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낮은 단계라도 해도, 적자를 벗어났다면 (a) 누군가 당신에게 돈을 낼 용의가 있고, (b) 당신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고 있고, (c) 당신은 비용을 낮게 유지할 만큼 절제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으로 주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가장 큰 3가지 걱정을 해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똑똑한 창업자와 큰 시장을 가진 벤처에 투자했지만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런 벤처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a)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걸 쓰기 위해서 돈을 낼 용의가 없고 (판매하는게 너무 어렵거나 아니면 시장이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b) 창업자들은 유저들이 원하걸 파악한게 아니라 쓸데없는 문제를 해결했거나, (c) 벤처가 돈을 벌기도 전에 비용이 너무 많이 증가해서 투자금을 다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라면값을 번다면, 이미 이런 실수들을 피하고 있는겁니다.

라면값을 버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사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창업했을 때에, 벤처는 뭔가 이론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법적으로는 기업이지만, 기업이라고 부르면 뭔가 거짓말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당신에게 상당한 돈을 내기 시작하면, 회사가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활비가 가장 와닿는 분기점인데, 왜냐하면 이 순간부터 미래의 상태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연한 것은 사망이 아니라 생존으로 전환됩니다.

이 단위의 사기 진작 효과는 벤처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왜냐하면 벤처를 운영하는 것의 힘든 것은 윤리적인 부담감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벤처는 굉장히 희귀합니다. 왜 더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을까요? 금전적인 위험 때문에? 많은 25살짜리가 어차피 아무런 저축을 하지 않습니다. 긴 근무시간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을 일반 직장에서 일합니다. 사람들이 벤처를 창업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많은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이건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아니고,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은 당신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많이 증가시킵니다.

라면값을 버는 벤처는 실패할 가능성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벤처의 결과가 돈을 많이 벌거나 망하는 것 중 양자택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흥분되는 일입니다.

라면값을 버는 것의 4번째 장점은 가장 덜 명백하지만, 가장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돈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면, 돈을 유치하기 위해서 회사를 키우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을 유치하는 것은 엄청나게 집중을 방해합니다. 당신의 생산성이 투자 유치 전에 비해서 1/3 정도만 유지해도 운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 초까지만 왜 투자 유치가 집중을 방해하는지 이해를 (또는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저희가 투자한 벤처들이 투자를 유치할 때에 성장을 멈추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왜 그런지는 YC 자체에서 투자를 유치할 때까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상대적으로 쉬운 과정을 거쳤고, 처음 물어본 상대가 승락을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데에 수개월이 걸렸고, 그동안 저는 거의 일을 못했습니다. 왜냐고요? 왜냐하면 언제나 이거에 대해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벤처에게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밤에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생각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투자를 유치하기 시작하면, 투자 유치가 생각하는 문제가 됩니다. 아침에 샤워는 한번 밖에 안 하고, 그 시간에 투자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면, 제품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투자를 유치할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당장 뭔가 급하게 진행되지 않는 시간을 고를 수 있다면, 또한 빨리 투자를 완료하라고 우길 수 있을겁니다. 심지어 언제 투자가 완료되는 데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면, 투자 유치가 생각을 사로잡는 것을 피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

라면값을 번다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전혀 투자를 받지 않는 "bootstrapping"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역자 주: "Bootstrapping"은 투자를 받지 않고, 매 성장 단계마다 직접 돈을 벌어서 성장하는 형태를 지칭. 스스로 계단을 못 오르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의 자신의 신발끈을 잡아올려서 계단을 오른다는 개념에서 파생.) 경험적으로 이건 별로 잘 통하지 않습니다. 투자를 안 받고 성공하는 벤처는 소수입니다. 물론 벤처를 운용하는 비용이 더 하락하면서 더 흔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 돈은 계속 대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벤처가 돈이 덜 필요하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받을 용의가 높아질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균형점이 생겨납니다.

<투자자에게서 창업자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은 벤처 산업이 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투자자들이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창업자들에게 혹독하게 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멈추도록 한다면, 마치 과도한 규정이 철폐되었을 때에 무역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전체 벤처 산업이 더 잘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투자자는 창업자에게 가장 큰 고통의 근원 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고통을 좀 덜 준다면, 창업자가 되는게 더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창업자가 되는게 더 좋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할 겁니다.>

라면값을 번다는 것은, 당신의 제품이 Beta 테스팅 단계에 들어갔을 때에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도 Beta 테스팅에 진입했다는 Joe Kraus의 생각과도 다릅니다. 그는 처음부터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게 너무 억압스럽다고 생각합니다. Facebook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벤처보다 더 잘 했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버는 것은 그들에게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해로웠을 겁니다. 저는 그래도 많은 벤처들에게 Joe의 규칙이 유용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창업자들이 집중을 잃은 것처럼 보일 때에, 저는 가끔씩 고객들에게서 돈을 받아보라고 건의를 합니다. 이런 제약이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Joe의 생각과 라면값을 버는 것의 차이는, 라면값을 버는 회사는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으로 지금 돈을 벌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돈을 벌면 됩니다. 가장 유명한 예는 Google인데, 초기에는 Yahoo와 같은 사이트에 검색기능을 라이센스로 제공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라면값을 버는 것에 불리한 점이 있나요? 아마 가장 큰 위험은 당신을 컨설팅 회사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벤처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가지 것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제품 회사입니다. 벤처를 정의하는 특성은 빨리 성장한다는 것이고, 컨설팅은 제품처럼 규모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물론 벤처가 향후 규몰르 달성할 수 있는 형태로 컨설팅을 변화시켜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실질적으로 제품 회사인 겁니다.> 하지만 컨설팅을 해서 1달에 U$3,000을 버는 것은 상당히 쉽습니다. 사실 외주 프로그래밍에서는 상당히 낮은 수입입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벤처가 아닌데도 컨설팅을 하면서 스스로를 라면값을 버는 벤처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컨설팅 영역의 일을 조금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처음에 벤처들은 뭔가 이상한 짓도 해야 됩니다. 하지만 라면값을 버는게 목적지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벤처의 목적지는 정말 크게 성장하는 겁니다. 라면값을 버는 이유는 거기에 도달하는 길에 죽지 않는 것입니다.


초안을 검토해준 Jessica Livingston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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